서당애서

배재고 사태 출전정지 6개월 징계까지, 아이들 ‘혐오 밈’ 학부모는 어떻게 가르칠까

교육 이슈 심층 · 학부모 가이드

고교 야구장에서 터진 ‘혐오 구호’ 사태가 교육계 전체의 숙제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청룡기 대회에서 서울의 한 고교 야구부가 광주제일고를 향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친 사건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이달 1일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운동부를 운영하는 모든 학교에 긴급 공문을 보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혐오 밈이 교실과 운동장의 일상 언어로 스며든 현실을, 학부모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 도중, 배재고 더그아웃의 학생 선수들이 상대 팀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 표현은 지난달 불거졌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관련 이벤트 논란을 빗댄 것으로 해석되면서, 단순한 응원 과열이 아니라 광주의 역사적 상처를 조롱한 지역 혐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980년 당시 광주제일고 야구부 학생들이 5·18의 비극을 현장에서 목격했던 학교라는 점이 알려지며 공분은 더 커졌다.

사흘 만의 출전 정지 — 사태 전개 일지

사건 직후 배재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사안을 일부 학생의 일탈로 축소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오히려 논란이 커졌다.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조사에 착수했고, 광주제일고 교장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5·18 관련 단체들도 잇따라 입장을 냈다.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달 1일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사태 전개 일지 (2026년 6월 29일 ~ 7월 2일)
날짜주요 전개
6월 29일청룡기 대회 경기 중 조롱성 구호 발생, 당일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 게재
6월 30일서울시교육청 공식 입장문 발표 및 현장 조사 착수, 광주제일고 협회에 항의서한 전달, 교총·5·18 단체 입장 발표, 총동창회 학교 책임자 문책 요구
7월 1일협회 스포츠공정위,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징계 결정. 서울시교육청, 운동부 운영 학교 전체에 응원 문화 점검·교육 긴급 공문. 배재고 측 사과 방문은 광주제일고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사양
7월 2일학교 앞 항의·응원 화환 대치 지속, 5·18기념재단은 전국 학교 운동부 대상 혐오 금지 지침 마련 촉구

교육청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들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 교장과 야구부 감독 등을 면담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 선수 중 한 명이 문제의 구호를 선창하고 다른 한 명이 추가 구호를 외친 사실이 확인됐으며, 당시 감독과 코치진 4명은 불펜과 경기장에 나가 있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이를 제지한 어른이 없었다는 뜻이다. 학교 측은 관련 학생들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만 배재고가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원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징계를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입장문에서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거나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표현은 “학생 스포츠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광주제일고 선수단과 학부모, 광주 시민에게 사과했다. 동시에 교육청은 교육적 조치와 별개로 학생 개인에 대한 신상 공격이나 과도한 비난이 확산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며, 사안이 교육의 원칙과 절차 안에서 다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잘못에 대한 책임과 미성년 학생 보호라는 두 원칙을 함께 세운 것이다.

왜 ‘한 경기의 해프닝’으로 볼 수 없나

교육계가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것이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일선 교사들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던 혐오 용어가 이미 학생들의 일상 언어에 스며들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교사에게 오히려 반발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난다고 증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 문화가 청소년을 포함한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교총 역시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비하성 밈과 혐오 표현이 청소년의 언어문화를 지배하고 있다며, 교육계 전체가 역사 인식과 상호 존중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교육당국의 과제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운동부 운영 학교 전체에 경기장 내 혐오·차별 표현 근절과 인권 감수성, 역사 인식 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를 전국 단위 지침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가정의 과제

아이들이 쓰는 밈과 신조어의 출처를 부모가 함께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유행어처럼 쓰는 표현 안에 누군가의 상처를 조롱하는 맥락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벌이 아닌 대화로 알려주는 일이 가정의 몫으로 남는다.

🗣️ 수업 쉬는 시간에 나눈 이야기 — 과외쌤의 시선

이번 주 수업에서 이 사태를 화제로 꺼낸 학생이 여럿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들 상당수가 문제의 구호가 ‘왜’ 잘못인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밈은 아는데 맥락은 모르는 겁니다. 온라인에서 웃긴 짤로 소비되는 표현을 따라 쓰다가, 그 말이 실제 역사의 피해자를 조롱하는 언어라는 사실은 건너뛰는 거죠. 저는 이 지점이 이번 사태의 진짜 교육적 핵심이라고 봅니다. 아이를 다그쳐서 “그런 말 쓰지 마”라고 금지어 목록만 늘리면, 아이들은 어른이 모르는 다음 밈으로 갈아탈 뿐입니다. 효과가 있었던 건 오히려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아니?”라고 묻고 출처와 역사를 같이 찾아보게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스스로 불편함을 느낍니다. 역사 교육은 교과서 진도가 아니라 이런 순간에 이뤄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 이번 사태에서 학생 신상을 털고 조리돌림하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잘못에는 무한 응징이 정당하다’는 왜곡된 학습을 시킵니다. 책임은 절차가 묻게 하고, 어른들은 맥락을 가르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학부모 체크리스트 — 우리 아이 언어 습관 점검

  1. 아이가 자주 쓰는 유행어·밈을 금지하기 전에 먼저 출처를 함께 검색해 보세요. 맥락을 아는 순간 스스로 거르는 힘이 생깁니다.
  2. 혐오 표현을 썼을 때는 인격을 비난하지 말고 “그 말로 상처받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짚어 주세요. 행동과 사람을 분리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입니다.
  3. 5·18을 비롯한 현대사 주제는 훈계보다 콘텐츠가 효과적입니다.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함께 보고 아이의 감상을 먼저 듣는 방식을 권합니다.
  4. 단체 활동(운동부·동아리)을 하는 자녀라면, 집단 분위기에 휩쓸려 개인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해 두세요.
  5.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신상털기·조리돌림에 아이가 ‘정의 실현’으로 착각하고 가담하지 않도록, 잘못의 책임은 공적 절차가 묻는 것임을 알려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이번 사태로 학생들은 어떤 처분을 받게 되나요? 협회 차원에서는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징계가 내려졌고, 학교는 관련 학생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절차를 진행합니다. 서울시교육청도 조사 결과에 따라 교육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처분 수위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Q2. 왜 교사(지도자)는 교육청이 직접 징계하지 못하나요? 해당 학교가 사립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 권한은 학교법인에 있고, 교육청은 징계를 권고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은 공교육 구조의 차이입니다.
Q3. 아이가 이런 밈을 쓰는 걸 봤는데, 나쁜 의도가 있는 걸까요? 제 수업 경험상 상당수 아이들은 맥락을 모른 채 유행어로 소비합니다. 의도를 단정해 몰아세우기보다 표현의 출처와 역사를 함께 확인시키는 접근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다만 맥락을 알고도 반복한다면 그때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합니다.
Q4. 학교에서는 어떤 교육이 강화되나요? 서울시교육청은 운동부를 운영하는 관내 모든 학교에 혐오·차별 표현 근절, 상대 존중, 인권 감수성, 역사 인식 교육을 강화하라는 긴급 공문을 보냈습니다. 5·18기념재단은 전국 단위 지침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다른 시·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Q5. 관련 학생들을 온라인에서 비판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필요하지 않나요? 교육청도 학생 개인에 대한 신상 공격과 과도한 비난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은 공적 절차가 묻는 것이고, 미성년자에 대한 조리돌림은 또 다른 폭력을 학습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와 이 사태를 이야기할 때도 이 구분을 함께 짚어 주시길 권합니다.
Q6. 가정에서 역사 교육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교과서 진도보다 아이가 접한 사건·밈·뉴스가 최고의 출발점입니다. 이번 사태처럼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이슈에서 “그게 왜 문제였을까”를 묻고, 관련 다큐멘터리나 기록물을 함께 찾아보는 방식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가르치려 들기보다 같이 궁금해하는 태도가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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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서울특별시교육청 공식 입장문 (2026.6.30) — sen.go.kr
· YTN, “광주일고, 배재고 사과 방문 사양…교육청, 학교 운동부에 긴급 공문” (2026.7.1)
· 서울신문, “청룡기 뒤덮은 ‘5·18 조롱 응원’…지역비하 파문 확산” (2026.6.30)
· 경향신문, “[뉴스분석] 배재고 사태로 확인된 ‘혐오의 일상화'” (2026.6.30)
· 아주경제, “배재고 ‘5·18 조롱’ 야구부 응원 파문…서울시교육청 엄중 조치” (2026.6.30)
· 뉴스포스트, “배재고 ‘5·18 비하’ 사태 지속…청소년 역사교육 강화 촉구” (202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