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애서

영재학교 의대 진학 2년 새 42% 급감 —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

영재학교 의대 진학이 2년 사이 42% 급감했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교육계를 괴롭혀온 ‘의대 쏠림 현상’이 드디어 꺾이는 것인가. 수치는 분명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직 살펴봐야 할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야 할 진짜 의미를 서당애서가 짚어봤다.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다. 그런데 수년째 이 학교들이 의사를 양성하는 통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과학 연구 대신 의대 입시를 목표로 삼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2026학년도 데이터에서 처음으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영재학교·과학고 의대 진학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숫자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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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의대 진학, 2년 새 42% 줄었다 — 수치로 보는 변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학생의 의대 진학자 수가 최근 2년간 가파르게 감소했다.

구분2024학년도2025학년도2026학년도2년간 변화
의대 진학자167명157명97명▼ 42% 감소
의·치대 진학자 (합계)202명179명113명▼ 44.1% 감소
당해 졸업생 의·치대55명30명29명▼ 47.3% 감소
N수생 의·치대147명149명84명▼ 43.6% 감소

특히 지난 1년 사이 의대 진학자가 60명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한 통계적 등락이 아니라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입시 성적이 가장 높은 서울대 의·치대의 경우에도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진학자가 2024학년도 15명에서 2026학년도 8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번 데이터는 의·치대가 있는 전국 39개 대학 중 자료 제출을 거부한 가톨릭대·성균관대·한양대를 제외한 36개 대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왜 줄었나 — 두 가지 원인을 함께 봐야 한다

원인 ① 이재명 정부의 이공계 중시 정책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꼽는 원인은 정책 변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편성했고, ‘국가과학자 제도’를 신설해 연 20명씩 5년간 100명의 과학기술 인재에게 대통령 인증서와 연구활동지원금을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이공계 학생 학비 부담 완화와 공공연구기관 일자리 확대도 추진 중이다. 황정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공계 중시 국정철학과 정부의 인재 지원 정책이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인재들의 선택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인 ② 교육부의 의대 진학 제재 방안

정책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2021년 교육부가 도입한 의·약학 계열 진학 제재 방안이 꼽힌다. 이 방안에 따라 영재학교·과학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입학 시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의무로 제출해야 한다.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학생에게는 재학 중 받은 교육비와 장학금이 전액 환수되고, 학교생활기록부도 일반고 양식으로 발부돼 연구 활동 등 영재학교 교육과정 스펙을 대입 수시에 활용할 수 없다. 기숙사와 독서실 이용 제한, 진로지도 중단, 졸업 유예 등 징계도 가능하다. 과학고도 이 방안을 준용해 의대 진학 학생을 졸업 시 수상 및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줄어든 걸까 — 전문가들의 반론

숫자만 보면 분명히 줄었다. 그런데 교육 전문가들은 이 통계에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N수생 우회 진학의 문제다.

교육부가 공개한 통계에는 영재학교·과학고의 해당 연도 졸업생 진학 현황만 포함된다. 졸업 후 재수·삼수를 통해 의대에 진학한 N수생 경로는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도 “재수생의 진학 현황 통계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실제 국립의대 10개교의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중 N수를 통해 국립의대에 입학한 학생은 2021년 23명, 2022년 32명, 2023년 35명, 2024년 44명, 2025년 46명으로 5년 연속 증가했으며, 4년 만에 2배가 됐다. 사립의대 29곳까지 합산하면 실제 N수 의대 진학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생까지 포함하면 실제 과학고·영재학교 출신 의·약학계열 진학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대 진학이 줄어든 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적 흐름인지는 다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재학 중 의대 진학은 줄었지만, 졸업 후 재수를 통한 의대 진학은 오히려 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재 정책이 ‘우회로’를 만들어낸 셈이다.

영재학교 지원자도 줄었다 — 다른 방향의 이탈

의대 쏠림 현상이 영재학교에 미치는 또 다른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영재학교 지원자 수 자체가 감소 추세에 있다.

경쟁률을 공개한 7개 영재학교의 평균 경쟁률은 2022학년도 6.02대 1에서 2026학년도 5.72대 1로 낮아졌으며, 2026학년도 지원자 수는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재학교 입학 후 수시로 의대에 진학하려면 내신 산출 방식에서 불리하고, 재학 중 수능 준비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영재학교 지원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영재학교나 과학고에 입학한 뒤 중간에 일반고로 전출하는 학생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KAIST 등 과학기술원에 진학한 이후 의대로 이탈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해법 — 과학기술인이 매력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

이재명 정부는 단순히 의대 진학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이공계 진로 자체를 매력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과학자 제도’를 신설하고, 지역 AI 과학·영재학교 신설, 과기특성화대-과학고 연계 패스트트랙, 이공계 학생 학비 부담 완화, 공공연구기관과 민간 분야 일자리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예산 삭감으로 흔들린 과학기술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재 유출을 막겠다”며 R&D 예산을 역대 최대인 35조 3천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또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국가 과학기술 정책 방향을 담은 ‘제6차 과학기술기본계획’도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다.

서당애서가 전하는 핵심 — 과학고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번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은 하나다. 과학고·영재학교의 진학 목적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를 목표로 과학고나 영재학교에 진학하는 전략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재학 중 의대 진학 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고, 교육과정 구조상 수능 준비와 병행하기 어렵다. 반면 진심으로 이공계를 향한 열정이 있는 학생에게는 정부의 지원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지금 이 질문을 먼저 해봐야 한다. “내 아이는 정말 과학이 좋아서 가려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 그 답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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